상단전上丹田의 기억
윤 향 기
등뼈 곧추 세우고 망망대해 저 곳에서
가부좌를 튼다 포르릉 한 마리 새가 빨래 줄에 앉자 내 마음 바지랑대
한번 휘청한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세상의 중심이 휘청 새의 흔들림에
파도가 실리고 내가 울렁인다 지중해 심연에서 갈라파고스 창공으로
두둥 둥 울려 퍼지는 징소리에 맞춰 자진모리로 엎드렸던 새가 솟아
오른다 내 몸의 한 끝을 물고 허공을 찢으며 솟구친다 나의 몸이 흐려
진다
챠크라* 있던 자리에 방치된 금빛 귀고리
허허벌판에 누가 가문비 나무하나를 심어놓았나
그날 이후 내 귀는 강물 소리를 쏟고 밍크고래의 교신음을 받아 전송
하며 한 송이의 시간을 내 안에서 밖으로 끌어내는지 차츰 소리들이
풀려 나온다 여린 나뭇가지들이 바람의 사연을 듣는 소리 만월의 달빛이
샛강을 따라 탁발 떠나는 소리 서늘하게 작두 타는 무당의 방울소리들이
신명나게 꿈틀거릴 때
상단전 오래된 통곡을 쏴아 하고 토해낸다
*몸과 마음이 교합되는 에너지 센터.
1953년 충남 출생
1991년 '문학예술' 신인상 등단.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시집『피어라, 플라멘코!』외 5권과 수필집 『인도의 마법에 빠지다』등.
현재 경기대 외래교수이며『정신과 표현』,『열린시학』편집위원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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