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상단전의 기억 - 윤향기

heystar 2012. 11. 23. 09:40

   상단전上丹田의 기억

                   윤 향 기

 

 


     등뼈 곧추 세우고 망망대해 저 곳에서 

     가부좌를 튼다 포르릉 한 마리 새가 빨래 줄에 앉자 내 마음 바지랑대 
     한번 휘청한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세상의 중심이 휘청 새의 흔들림에
     파도가 실리고 내가 울렁인다 지중해 심연에서 갈라파고스 창공으로 
     두둥 둥 울려 퍼지는 징소리에 맞춰 자진모리로 엎드렸던 새가 솟아
     오른다 내 몸의 한 끝을 물고 허공을 찢으며 솟구친다 나의 몸이 흐려
     진다

     챠크라* 있던 자리에 방치된 금빛 귀고리

     허허벌판에 누가 가문비 나무하나를 심어놓았나

     그날 이후 내 귀는 강물 소리를 쏟고 밍크고래의 교신음을 받아 전송
     하며 한 송이의 시간을 내 안에서 밖으로 끌어내는지 차츰 소리들이 
     풀려 나온다 여린 나뭇가지들이 바람의 사연을 듣는 소리 만월의 달빛이
     샛강을 따라 탁발 떠나는 소리 서늘하게 작두 타는 무당의 방울소리들이
     신명나게 꿈틀거릴 때 

     상단전 오래된 통곡을 쏴아 하고 토해낸다

       *몸과 마음이 교합되는 에너지 센터.

 

1953년 충남 출생

1991년 '문학예술' 신인상 등단.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시집『피어라, 플라멘코!』외 5권과 수필집 『인도의 마법에 빠지다』등.

현재 경기대 외래교수이며『정신과 표현』,『열린시학』편집위원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