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청둥오리
김 윤
지축을 뒤흔드는 수만 개 북 두드린다
오색 깃발 나부끼는 천수만 대형 스크린
지고 온 바이칼호의 눈발 털어놓는 오리 떼
아무르강 창공 넘어 돌아온 지친 목청
오랜 허기 채워 줄 볍씨 한 톨 아쉬운데
해 짧아 어두운 지구 먼 별빛만 성글어
민들레 솜털 가슴 그래도 활짝 열고
야윈 목 길게 뽑아 힘겹게 활개 치며
살얼음 찰랑 가르고 화살처럼 날아든다
[심사평]서정시조의 새변화…천수만의 언어 풍경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31명, 118편이었다. 이 가운데 최종심에 오른 작품으로는 <눈뜨는 청동기와> <벌초> <동박새의 아침> <藥달이는 봄> <선지국을 먹다가> <아라크네의 달력> <천수만 청둥오리>등 이였다.
예년 같으면 거론된 일곱 편 모두 당선작으로 뽑아도 될 만큼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현대시조로서의 탄탄한 구성과 미학적 성취가 돋보이는 해였다. 앞의 세 작품이 제외되고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은 <선지국을 먹다가> <아라크네의 달력> <천수만 청둥오리>였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탄력있는 언어 구사와 균형있는 감성 전개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현상을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선지국을 먹다가>의 경우 ‘사레들린 형광등이 초승달로 기울 때’와 <아라크네의 달력>은 ‘날개를 퇴화시킨 건 한 줌의 모이였으리’와 같은 무리한 표현이 작품의 전체 분위기에 결정적인 흠이 되었다. 모든 시는 투명한 비유와 심도 있는 상징 그리고 정확한 언어 선택에서 완성도가 결정된다.
<천수만 청둥오리>의 첫째 수와 셋째 수에서의 밀도 있는 표현과 뛰어난 언어감각은 <천수만 청둥오리>떼가 눈앞에서 한 폭의 진경산수처럼 펼쳐졌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인식과 자기 나름의 시적 개성에 충실 한다면 앞으로 우리시의 영역확대에 당선자의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심사위원 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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