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김샴
채울 수 없었던 삶의 허기 - 쓰는 동안, 나는 배 불렀다
대학을 다니면서 내게 가장 힘든 것은 불화도 가난도 아닌 허기였다.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그 허기를 시로 채워보라고. 그래서 나는 시의 길을 걸었다. 시를 읽고 필사하는 동안엔 허기지지 않았고, 시를 쓰는 동안엔 배가 불렀다. 휴학이냐 4학년 진학이냐 그 고민 사이에 당선소식을 받았다. 시인이 된다는 기쁨보다 졸업을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먼저 찾아왔다.

지난 여름의 무전여행이 생각난다. 춘천서 진해까지 780㎞를 무일푼으로 걸었다. 그 시간이 나의 ‘율(律)’을 발효시켰다. 올 겨울에는 남도를 따라 서쪽까지 1800㎞를 걸어볼 생각이다. 문학이 강한 대학 경남대와 중앙도서관 10층에 독수리 둥지로 앉은 청년작가아카데미, 동고동락한 열정2기의 동기들에게 감사한다. 국문과 교수님들께, 스승이신 정일근 교수님께 큰절 올린다. 내 작품의 손을 잡아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지치지 않고 이 길을 걷겠다고 약속 드린다.
내 시가 내 인생은 물론 누군가에게 ‘포르투나(Fortuna)’가 되길 바란다. 한 몸으로 태어나 내게 상처만 남겨준 동생이지만, 많이 보고 싶은 날이다.
◆약력=본명 김태년. 1993년 경남 진해 출생.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신인문학상 시조부문 심사평
응모작 대부분은 대체로 마디를 잇고 끊는 호흡이 안정돼 있고, 선택한 제재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신뢰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먼저 김샴의 작품 6편에 주목했다. ‘UFO를 먹다가’ ‘프로게이머’에서 시조와 판타지의 결합을 시도했고, ‘샴쌍둥이를 위한 변명’에선 자신의 불편한 출생마저 5수로 녹여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몇 차례 의견 교환 후에 ‘바둑 두는 남자’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주검의 발견을 ‘발굴’로, 소지품을 ‘부장품’으로 표현한 것이 독특했다.
마지막까지 용창선·이나영·이명숙·엄미영 네 명을 논의했다. 용창선은 대상을 포착하는 방식이 신선했고, 이나영은 시를 밀고 가는 힘이 좋았다. 이명숙과 엄미영은 공히 숙련된 언어구사 능력을 보여주었다.
◆심사위원=오승철·권갑하·강현덕·이달균(대표집필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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