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늙은 사자 - 이달균

heystar 2012. 12. 20. 13:52

 

     늙은 사자

 

                     이 달 균

 

 

죽음 곁에 몸을 누이고 주위를 돌아본다

 

평원은 한 마리의 야수를 키웠지만

 

먼 하늘 마른번개처럼 눈빛은 덧없다

 

어깨를 짓누르던 제왕을 버리고 나니

 

노여운 생애가 한낮의 꿈만 같다

 

갈기에 나비가 노는 이 평화의 낯설음

 

태양이 주위를 도는 독수리 한 마리

 

이제 나를 드릴 고귀한 시간이 왔다

 

짓무른 발톱 사이로 벌써 개미가 찾아왔다

 

                                     - 계간 <시조시학> 2012, 가을호

 

1957년 함안 출생

1987년 『지평』과 시집『남해행』출간
1995년 『시조시학』신인상
계간 『시와 생명』편집인 역임, 이어도문학회 회원
시집『문자의 파편』,『말뚝이 가라사대』,『장롱의 말』,『북행열차를 타고』,『남해행』등
수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경남문학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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