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詩說

가스통 바슐라르 저.『촛불의 미학』읽기 - 박해성

heystar 2012. 9. 1. 16:31

                       『촛불의 미학』- 가스통 바슐라르 저.

 

* 에필로그

 

  『촛불의 미학』은 시적 몽상의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과학철학자, 물리학자, 사상가로서 고뇌하는 한 인간의 영혼이 살아있다. 과학의 결함을 시로 메우고 시의 결함을 과학으로 메워야 한다고 말한 시인이자 철학자인 바슐라르의 탐구적 무게가 실려 있는 이 책은 시와 과학의 접점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다.

  촛불을 매개로 한 시적 이미지와 문학적 상상력의 놀라운 확장은 남성/여성, 정신/영혼, 과학/시, 등 아니무스(animus)와 아니마(anima)가 대립적으로 공존하는 인간존재에 대한 바슐라르의 근본적 사유를 드러낸다.

 

  무한한 존재의 확대와 인간적 생성의 격앙 상태를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 영감의 정점에서 붙잡으려 애쓴 상상력의 현상학자 바슐라르는 화학, 물리학 등에 기초를 둔 과학적 인식으로 시적 울림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적 요소인 4원소론을『물과 꿈 : 물질적 상상력에 관한 시론』이란 저서로 정리했다.

 

  인간의 상상력은 매우 다른 두 개의 축 위에서 전개 된다고 말하는 바슐라르는 이를 ‘형식적 상상력’과 ‘물질적 상상력’으로 구분 짓는다. 이 저서에서 “시적 영혼을 가장 강력하게 결합시키는 것은 기본적인 물질원소에 의한 분류일 것이다” (『물과 꿈』 p.12 참조) 라고 피력 - 근본적으로 인간의 상상력이 물질적이라는 생각에서 이른바 물, 불, 공기, 흙의 4원소로 분류하여 사유를 전개한다.

 

  또 다른 저서『불의 정신분석』에서 바슐라르는 대상을 인식하는데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과학적 인식의 결함을 메우려고 시도 - 불이 보여주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을 ①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 ②엠페도클레스의 콤플렉스 ③노발리스의 콤플렉스 ④호프만의 콤플렉스 등 네 가지로 나누어 분석한다. 그러나 바슐라르는 프로이트식의 정신병리학적 방법을 벗어나 그만의 미학적 방법으로 접근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또한 불을 ①자연의 불 ②부자연의 불 ③자연에 대립하는 불, 등으로 그 형태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불이면서도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촛불이다. 촛불은 처음부터 혼자 타며 그 자체로 연료가 되기 때문에 다 타서 없어질 때까지 고독하게 같은 불꽃으로 타오른다.

 

- 혼자 타면서 혼자 꿈꾸는 것 - 이것은 인간 본래의 모습 그 자체이다.

- 현실과 비현실을 잇는 불의 다리이며 존재와 비존재의 공존을 촛불은 보여준다.

 

  바슐라르는 자신의 인생을 소재로 하여 상상력과 언어를 통해 삶을 재구축한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소재로 하면서 빛을 얻기 위해 늘 위를 향해 타오르는 촛불의 불꽃과 같다.

 

  촛불은 그 자체만을 놓고 관찰하면 불꽃이 붉은 빛과 흰빛으로 이루어졌음을 발견할 수 있다. 흰빛은 뿌리 쪽의 파란빛과 연결된 사회의 부패와 권력을 일소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붉은 빛은 심지와 연결된 모든 불순물과 더러움으로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 둘의 투쟁이 하나의 변증법을 이루면서 타오른다. 즉 촛불은 흰빛의 상승과 붉은빛의 하강, 가치와 反 가치가 싸우는 결투장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 가스통 바슐라르 저/ 이가림 옮김『촛불의 미학』에서 부분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