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
이 수 명
줄넘기를 하고 있다.
지면을 넘기며
지면 위에 선다.
발아래 지면이 팽창될수록
망각이 깊어져
다른 페이지 속으로 섞여 들어간 거짓말들처럼 두 발은 부드럽게 흩어질 뿐
들러붙은 손
하나 둘 셋 심장을 후려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지금 보이지 않는 폭음을 들어 올리는 자는 누구인가
폭음은 어디로 가는가
줄넘기를 하고 있다.
줄 속에 들어가
구부러지는 줄
망각이 깊어져
- 이수명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문학과지성사, 2011)에서
1965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 국문과 졸업.
1994년 《작가세계》 신인상 등단.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등.
2001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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