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heystar 2011. 12. 29. 23:01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출처 ; 『백석시전집(白石詩全集)』(창비)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 본명은 백기행(夔行). 

오산학교를 거쳐 동경 청산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 발표 등단,

시집; 『사슴』(선광인쇄주식회사, 1936)출간.
함경남도 함흥에서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재직.

6.25 전쟁 후 북한에 남아 다양한 작품활동을 함.

1957년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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