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십오 분 거리 -신미나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가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 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 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출처; 신미나 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2021년,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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