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花요일 밤
송기영
花요일 밤에 오세요. 맨발로, 펑펑. 화장이 번진 스텝도 좋아요. 하나, 둘 지붕을 걷고 턴테이블에 전원을 넣으면, 아주 오래된 왈츠에 맞춰 지구가 돌아요. 둥글둥글 왼쪽으로 도는 집시들. 죽은 엄마와 떠난 애인이, 실족사한 새들과 목 부러진 꽃들이 서로의 발을 밟으며 돌아요. 펑펑 오세요. 눈을 감으면 왼쪽으로 빙글빙글 감전되는 花요일 밤, 오세요. 왈츠를 추며 얼굴을 묻으러. 꽃삽은 필요 없고요. 전등 위에 손을, 손 위에 검은 구름을 깍지 끼고 함께 돌아요. 사뿐사뿐, 목을 매도 모른 척해줄게요. 당신 걷던 자리마다 b플랫 단조.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하나, 둘 전원을 넣으면
왈츠에 맞춰
우리였던 얼굴들이 허공을 돌아요
맨발로, 핑
그르르
- 계간『시인시각』 2008년 가을호 발표
- 1972년 서울에서 출생
- 한양대 국문과 대학원 수료.
- 2008년 《세계의 문학》 시부문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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