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프라이드치킨

heystar 2011. 6. 10. 10:48

 

       프라이드치킨

 

 

                             박 해 성

 

 

 

애당초 날개란 건 관념적 수사修辭일 뿐

은혜로이 허락받은 5주간의 생을 지고

성마른 컨베이어벨트 위 의식은 거행된다

 

어느 뉘 손끝에도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완전범죄 감전사에 자동 탈모 서비스까지

노련한 홀로코스트,

산 자들은 묵도하라

 

이 땅의 첫새벽을 목청 높여 깨웠다는

대대손손 누리던 전설 같은 프라이드(pride)에

한바탕 비등점 너머 훨훨 날고 싶었건만

 

만만한 간식이나 술안주쯤 되어주랴,

하늘을 동경한 몸 단죄하는 기름 연옥

토막난 날갯죽지가

오 저런! 퍼덕인다

 

                            계간<열린시학> 2011년 여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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