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치킨
박 해 성
애당초 날개란 건 관념적 수사修辭일 뿐
은혜로이 허락받은 5주간의 생을 지고
성마른 컨베이어벨트 위 의식은 거행된다
어느 뉘 손끝에도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완전범죄 감전사에 자동 탈모 서비스까지
노련한 홀로코스트,
산 자들은 묵도하라
이 땅의 첫새벽을 목청 높여 깨웠다는
대대손손 누리던 전설 같은 프라이드(pride)에
한바탕 비등점 너머 훨훨 날고 싶었건만
만만한 간식이나 술안주쯤 되어주랴,
하늘을 동경한 몸 단죄하는 기름 연옥
토막난 날갯죽지가
오 저런! 퍼덕인다
계간<열린시학> 2011년 여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