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꽃마니

heystar 2020. 7. 24. 11:26

                      꽃마니

 

                                임채성

 

 

     심마니 삼을 찾듯 꽃을 좇아 꽃마니라

     아내 몰래 할부로 산 카메라 둘러메고

     꽃 앞에 납작 엎드린 꽃마니가 있었네

 

     야생의 꽃을 탐해 야생으로 사노라며

     해돋이 해넘이를 마른 숲에 묶어 두고

     뭇 꽃과 눈을 맞추는 꽃마니가 있었네

 

     노루귀 처녀치마 앉은부채 얼레지까지

     그 싹 행여 밟을세라 고승 같은 걸음발로

     본 꽃도 보고 또 보는 꽃마니가 있었네

 

    성에 낀 가슴속에 못다 일군 꽃밭뙈기

    홀로 피는 봄꽃처럼 도시를 멀리한 채

    꽃잎에 술을 따르는 꽃마니가 아직 있네

 

 

             - 제2회 정음시조문학상 수상작

 

2008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수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등

시집; 『세렝게티를 꿈꾸며』 『지 에이 피』 『왼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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