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봄, 밤,

heystar 2019. 7. 16. 16:39

           봄, 밤,


                        박해성



노는 건지 쉬는 건지 나조차 알 수 없는

권태를 잠그려다 나사를 잘못 돌렸다


안개가 흘러나왔다

흘깃 열린 시간 속에서


벽을 치며 울던 사내와 달아날 걸 그랬다

달빛 아래 목련을 낳아 젖이라도 물려볼 걸

가슴을 치던 여자도 다시 오지 않는 이 봄,


오지 않는 것들은 그만, 기다리지 말자는데

잠글 수도 풀 수도 없는 어둠이 숨 막혀서


터질라, 왼쪽? 오른쪽?

생의 뇌관을 만지작대는


                         - 『정음시조』2019, 창간호 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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