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박해성
달이 떠, 내 안에 잠 못 드는 달이 떠
은빛 활이 휘도록 바다를 탄주합니다.
밀물도 썰물도 아닌 적막이 밀려드는 밤
월하정인* 호롱불 흔들리던 그날처럼
384,000km 떨어진 달에 홀려 파도는 대책 없이 너울너울
달려왔다 아차차, 각성한 듯 몽돌밭을 돌아섭니다. 오늘도 밀
고 당기는 달과 바다 사이, 그대의 인력引力을 벗어나지 못한
나도 새도록 일렁입니다. 그렇게 수세기가 흐르고 또 누천년
이 흘러서 망월봉 신선이다가 세연정 연꽃이다가 달이 떠,
으늑한 어느 길목 흘깃 스치는 그림자에 이녁의 몸내 같은
해초 냄새 뭉클 번지는 선잠 속 사랑을 쫓다 생시처럼 넘어
지고 화들짝 나를 엎지르고
바람을 건너시는가, 푸른 고래 울음소리
*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
- 앤솔러지 현대사설시조포럼 2017,『게 누구냐?』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