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보길도

heystar 2018. 2. 28. 13:51

             

          보길도


                         박해성



   달이 떠, 내 안에 잠 못 드는 달이 떠

   은빛 활이 휘도록 바다를 탄주합니다.

   밀물도 썰물도 아닌 적막이 밀려드는 밤


   월하정인* 호롱불 흔들리던 그날처럼


   384,000km 떨어진 달에 홀려 파도는 대책 없이 너울너울

달려왔다 아차차, 각성한 듯 몽돌밭을 돌아섭니다. 오늘도 밀

고 당기는 달과 바다 사이, 그대의 인력引力을 벗어나지 못한

나도 새도록 일렁입니다. 그렇게 수세기가 흐르고 또 누천년

이 흘러서 망월봉 신선이다가 세연정 연꽃이다가 달이 떠,

으늑한 어느 길목 흘깃 스치는 그림자에 이녁의 몸내 같은

해초 냄새 뭉클 번지는 선잠 속 사랑을 쫓다 생시처럼 넘어

지고 화들짝 나를 엎지르고    


   바람을 건너시는가, 푸른 고래 울음소리



*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


- 앤솔러지 현대사설시조포럼  2017,『게 누구냐?』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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