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부두 - 박해성
버스정거장 벤치에 한 여자 누워있습니다
물고기처럼 뻐끔뻐끔 담배연기 희롱하는
두둥실 솟은 만삭이 무연고 무덤 같습니다
노래인지 울음인지 그녀 흥얼거립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녀가 낑낑 일어납니다 나는 얼른 부축합니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버리고 오오*… 그녀의 몸
에서는 까나리액젓 냄새가 확 풍깁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고맙다는 인사 대신 그녀 목청을 높입니다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도도한 고음에서 약간 바이브레이션이 갈라지는 그녀
허스키는 도발적입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자동차가 밀리고 노선버스는 설 자리
를 잃고…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앙코르 앙코르 박수갈채에 그녀 신들
린듯 레퍼토리가 풀려나오고 기어이 순찰차가 출동하고 엄마야〜 그녀 내 팔에
매달리고… 아 미친,
발해행 버스를 놓친 나는 동동 발 구르고
* 전인권 곡 <걱정 말아요, 그대> 가사 부분인용.
- 앤솔러지 현대사설시조포럼 2017,『게 누구냐?』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