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야화夜話
서숙희
저 사내들의 태생은 철근과 콘크리트
깍뚜기 머리에다 딱 벌어진 어깨들이
단단히 스크럼을 짜고 칼같이 도열했지
하나 같이 똑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건
가장 외로운 심장을 파먹으며 찾아드는
잔혹한 슬픔의 순례를 교란하기 위해서지
밤이 되면 창마다 커튼을 드리우고
수척해진 야성을 완강하게 가린 채
순장 된 고독의 허리를 뜨겁게 껴안곤 하지
그믐달이 사내들의 쇄골에 걸린 밤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끌고 온
눈 깊은 세헤라자데에게 마른 등을 기대지
- 『시조시학』2017, 가울호에서
1959년 경북 포항 출생.
- 1992년 매일신문, 부산일보 신춘문예등단.
- 김상옥 시조문학상, 이영도 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백수문학상 등 수상.
- 시집; 『물의이빨』『아득한 중심』『손이 작은 그 여자』『그대 아니라도 꽃은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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