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바코드를 읽다 - 임삼규

heystar 2011. 4. 22. 12:54

  바코드를 읽다

 

 

                         임삼규

 

 

  1.

계산 좀 해주세요.

바구니를 놓자마자

삐, 소리와 함께 바코드를 읽어버린다.

아무리

요란한 포장도

단 한 줄로 요약된다.

 

  2.

운명하셨습니다.

하얀 천을 덮는 순간

내 삶은 요약본으로 몇 줄이나 기록이 될까

메마른 한 줌의 영혼 저울 위에 올려도 될까

 

물 불 가리지 않던 젊은 날의 헛발질들

늦은 밤 베개 적시던 짜디 짠 눈물까지도

이제 와

생각해보면

밑줄 칠 것 하나 없네.

 

  3.

중언부언  골라내고

허튼 대목 다 지우면

동강 동강 맥이 끊겨 읽을 수조차 없는 생애

 

누군가

하품을 하며

취소버튼을 누를 것이다.

 

          * 임삼규 시집 <여기가 어디쯤일까>에서 발췌 

- 전북 익산 출생.

- 1997년 전국 시조백일장 장원.

- 199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2003년 문예진흥기금 지원금 받음.

- 시조집 <너 아직 거기 서 있는가> <여기가 어디쯤일까>.

- 오늘의시조학회 회원.

- 열린시조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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