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를 읽다
임삼규
1.
계산 좀 해주세요.
바구니를 놓자마자
삐, 소리와 함께 바코드를 읽어버린다.
아무리
요란한 포장도
단 한 줄로 요약된다.
2.
운명하셨습니다.
하얀 천을 덮는 순간
내 삶은 요약본으로 몇 줄이나 기록이 될까
메마른 한 줌의 영혼 저울 위에 올려도 될까
물 불 가리지 않던 젊은 날의 헛발질들
늦은 밤 베개 적시던 짜디 짠 눈물까지도
이제 와
생각해보면
밑줄 칠 것 하나 없네.
3.
중언부언 골라내고
허튼 대목 다 지우면
동강 동강 맥이 끊겨 읽을 수조차 없는 생애
누군가
하품을 하며
취소버튼을 누를 것이다.
* 임삼규 시집 <여기가 어디쯤일까>에서 발췌
- 전북 익산 출생.
- 1997년 전국 시조백일장 장원.
- 199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2003년 문예진흥기금 지원금 받음.
- 시조집 <너 아직 거기 서 있는가> <여기가 어디쯤일까>.
- 오늘의시조학회 회원.
- 열린시조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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