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모텔을 지나며
선안영
홀딱 반한 길이 많다. 꽃이 많다. 말하던 중
봄 들판 한가운데 느닷없이 모텔이라니
추웠던, 아니 얼었던 세월아 자고 갈래?
자잘한 꽃 단추가 많이 달린 블라우스
잘 채워진 단추들만 풀다가도 늙겠구나
지퍼의 질주본능의, 지름길을 모른 채
얼음의, 침묵의, 금기의 단정함으로
나는 나의 울음소리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상처의 불안을 안고 손이 손을 잡는 봄
- 『시조 21』2015, 봄호에서
전남 보성 출생.
*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2008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 2009년 무등시조문학상 수상.
* 2011년 서울문화재단 문학 창작기금 수혜.
* 시집 <초록몽유> < 목이 긴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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