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해동모텔을 지나며 - 선안영

heystar 2016. 3. 8. 20:07


  해동모텔을 지나며


                               선안영



홀딱 반한 길이 많다. 꽃이 많다. 말하던 중

봄 들판 한가운데 느닷없이 모텔이라니

추웠던, 아니 얼었던 세월아 자고 갈래?


자잘한 꽃 단추가 많이 달린 블라우스

잘 채워진 단추들만 풀다가도 늙겠구나

지퍼의 질주본능의, 지름길을 모른 채


얼음의, 침묵의, 금기의 단정함으로

나는 나의 울음소리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상처의 불안을 안고 손이 손을 잡는 봄



                                  - 『시조 21』2015, 봄호에서


전남 보성 출생.

*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2008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 2009년 무등시조문학상 수상.
* 2011년 서울문화재단 문학 창작기금 수혜.
* 시집 <초록몽유> < 목이 긴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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