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장석주
눈이 그친다 파랗게 달이 뜬다
바람이 대지의 갈기를 하얗게 세운다
폐활량이 큰 검푸른 하늘이
지상의 소리들을 한껏 빨아들인다
그래서 조용했나? 너희들이 잠자는 동안에도
죽음은 희디흰 뿌리를 내리며
소리없이 자란다
하얀 대지의 속살 위에 드리운 나뭇가지의 검은 그림자들이
흔들렸다 저기 움직이는 것이 있다!
저기 살아 있는 것이 있다!
죽음이 번식하는 밤에
무언가 나뭇가지의 검은 그림자들 사이를
지나갔다 죽음보다 빠르게!
죽음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저 잽싸고 날렵한 몸짓!
몸통에 바람의 날개라도 달았던 것일까?
너무 빨랐다 눈밭에 점점이
발자국이 남는다
발자국은 움직이지 않는다
파아란 달빛이 그곳에 고인다
- 시선집 <꿈에 씻긴 눈썹> 종려나무. 2007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단.
-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 시집; 『햇빛사냥』, 『그리운 나라』,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어떤 길에 관한 기억』,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한 바지』 등
- 저서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 등의 평론집과 『낯선 별에서의 청춘』 등의 소설 외 70여권.
- 수상; 제1회 애지문학상(문학비평 부문) 수상. 2010년 제1회 질마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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