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heystar 2016. 1. 2. 12:02

■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족 / 정선희

 

공손하게 마주 앉아

서로를 향해 규칙적으로 다가갔다

흑백으로 갈라지는 길들이 뒤섞이더니

우리 사이는 점점 간격이 사라졌다

기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가 올 때까지

기도했다는 것

그가 먼저 돌을 놓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끝까지 돌을 움켜쥐고 있었다

입 안에선 쉬지 않고

돌들이 달그락거렸다

우리는 마주 보고 있었지만

서로에게 위험했다

돌을 던지고

끝까지 서로를 모른 체하고 싶었다

길이 팽창하고

수거함엔 깨어진 얼굴이 가득하고

우리는 맹목적으로 달려갔다

한번 시작한 길은 멈출 줄 몰랐다

 

1961년 경남 거창 출생

 2011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상

 

 

[심사평]

    당선작 가족은 전언의 구체성과 깔끔한 표현, 그리고 착상과 비유의 과정이 안정된 역량을 보여주었다. 이 시편은 규칙적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가면서도, 맹목과 위험을 동시에 지닌 관계로 가족을 파악한다. 물론 이러한 파악이 정신희씨만의 개성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당선작은 그러한 파악을 그가 먼저 돌을 놓기를 기다리는 동안/나는 끝까지 돌을 움켜쥐고 있었다는 표현에서 보이는 긴장과 예각적 균열을 통해 보여주고, 나아가 의 뒤섞임, 팽창, 멈출 줄 모르는 질주의 형상과 그것을 어울리게 하면서 서정적 구체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살려주는 데 성공하였다.(정호승,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