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狼狽 - 백이운

heystar 2011. 3. 8. 11:39

       낭패狼狽

 

 

                         백이운

 

 

구청 앞 확성기에서 종일 우는 노동歌

말끔히 밀어버린 재개발 공사장에

시민이 기어들 만한 낮은 지붕은 이제 없다.

 

수당을 올려 달라 보상 대책 세워 달라

철거 당한 세입자 미화원들 절규해도

십년 뒤 그 십년 뒤에도 변치 않을 생존 구호.

 

월급도 보너스도 퇴직금도 없는 일

고료를 못 주어서 處染한 잡지들

常淨인 시의 제단에 경전처럼 모셔놓고.

 

훗날을 장담하기엔 매한가지 아득하여

남미의 인민해방찬가가 마리화나처럼 퍼지는

청진동 좁은 골목을 이리가 지나간다.

 

 *  處染常淨 - 세속에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함.

 

 

                                       출처; <현대시학> 2010년 10월호

서울 출생
1977년 <시문학>추천완료로 문단 데뷔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제8회 한국시조문학상 수상
제4회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저서: 시집<나무 위의 집> 시조집<슬픔의 한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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