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의 다른 이름
서 연 정
우아하게 엉킨 덩굴 향그런 살냄새란 미로랑 딸 미로랑 그 자손의 거주지다
뒤섞인 사람냄새로 길은 본래 시금털털하다
대낮의 숲속에서 일상은 정박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차오른 숨 고른다
끌고 온 삶의 꼬리를 잘라버린 도마뱀
수 많은 길을 삼켜 통통히 살이 올라 꿈틀꿈틀 뭉클뭉클 미로의 흰 배때기
만삭인 옆구리 찢어 피 묻은 땅 받든다
삼동을 난 도토리들 오보록 새순 올려 이정표를 세우듯 푸른 손을 흔든다
발냄새 땀냄새 먹여 길 내기 좋은 그곳
- <시조시학> 2010년 가을호
1959년 광주 출생
1997년 중앙시조 지상백일장 연말 장원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00년 대산문화재단 시부문 창작 지원금 수혜
시조집으로 <먼 길>,<문과 벽의 시간들>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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