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서울역에서
권갑하
하늘은 비어 있고 난 아직 길 위에 있다
몸을 비껴 길 밖의 길 아프게 부랑하던
시간의 잔주름 위를 쓸고 가는 바람소리.
뜨거운 울음 안고 기울다 차오르는 시간
단물 고인 생각들은 하얗게 말라가고
뉘인가, 어둠에 취해 일행으로 질주하는.
무언가 말하려다 돌아서는 가로등 밑
흐릿한 밑그림 같은 낯익은 뒷모습이
차갑게 떨리는 손엔 때 절은 눈물 한 접시.
그대, 푸른 강물이 되지 않아도 좋다
진저리나는 여정도 네 꿈의 그림자일 뿐
밤새운 시계탑 위로 은빛 새는 날고 있다.
- 격월간 <유심> 2011년 01/02월호
1958년 경북 문경 출생.
-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수료
- 1992년 『조선일보』『경향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
-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받음.
- 시집 『외등의 시간』『세한의 저녁』 외 다수
- 1998년 중앙일보 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 계간 <나래시조> 회장 겸 편집주간
- 농협대학 겸임교수, 농민신문사 재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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