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리뷰

시조로 그린 괄호의 이미지 - 변현상

heystar 2015. 4. 23. 11:24

 

   

 

 

괄호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

 

                                  박 해 성

 

  1.

그냥 두긴 버겁고 버리기엔 아까운 말

히히힝, 달아날 것 같은 수상한 알리바이

얌전히 묶어나 두자, 실낱같은 ( ) 치고

 

  2.

물 오른 초승달과 기우는 그믐달인 듯

외줄 위 밀고 당기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

할 말이 많아질수록 뒷걸음치는 꿍꿍이속

 

  3.

만성 소화불량에 헛배 부른 세상 속내

애완용 파충류처럼 착하게 미끄러지는

오독의 즐거운 핑계, 비겁한 저 비상구

 

  4.

시위를 얹지 않은 고수의 활이라 할까?

아닌 척 그러한 척 엉거주춤 조아리고

친절한 저 회색분자, 빈틈을 노리고 있다

 

- 『나래시조』2014, 겨울호

 

<네 수의 시조로 그린 흔치 않은 괄호의 이미지>

 

   현대시조는 경험과 체험에 의한 자기발상 그것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했던가. 그 상상력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 되고, 앞서간 작가들이 이미 차용하여 많이 써먹은 식상한 것도 아니되고, 너무나 빤한 것도 아니 된다. ,,,,,,,,,後略

 

  맨 첫수 이미지를 읽어보자. 시인은 괄호를 그냥 두긴 버겁고 버리기엔 아까운 말이라고 한다.  ,,,,,,,,,後略

두번째 이미지를 보자, 괄호를 상현과 하현으로 그렸다. 그런데 밀고 당기는 사이라고 한다.  ,,,,,,,,,後略

세번째 이미지를 보자, 괄호는 소화불량에 가스가 찬 헛배다. ... 中略 ... 그것은 또한 잘못 읽어서, 잘못 적어서(?)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는 비상구라한다. 부정할 수 없는 정직한 표현이다.

    네번째 마지막 이미지를 보자, 괄호를 시위를 얹지 않은 고수의 활이라 상상한다.  ... 中略 ...  괄호라는 부호를 가지고 이렇게 폭 넓은 묘사를 한 자유시도 드물거니와 시조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괄호를 굴리고 굴려 '버리기엔 아까운 말' '달아날 것 같은 수상한 알리바이' '물 오른 초승달과 기우는 그믐 달' '밀고 당기는 가깝고도 먼 사이' '할 말이 많을 수록 뒷걸음질 치는 꿍꿍이속' '헛배 부른 속내' '애완용 파충류' '비겁한 저 비상구' ' 시위를 얹지 않은 신궁' '엉거주춤 조아리고 빈틈을 노리는 회색분자' 등등... 많은 은유로 그림을 그려놓은 시인의 넓은 상상력에 탄복할 따름이다.              (계절 리뷰 - 변현상)

                                                                  - 계간『나래시조』2015, 봄호에서 발췌.

 

 

변현상 시인은

1960년 경남 거창 출생.
2009년 농민신문,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3년 아르코문학상 수혜.

시집 『차가운 기도』
<동인이천>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