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2015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가 선정한 『좋은시조』에 내 시 한 편이 실렸다.
정말로 '좋은 시조'일까? 라는 회의가 들면서 작년에는 리뷰란에 올리지 않았다. 올해도 내가 이 책을 받은 지는 벌써 수개월이 흘렀지만 이제 나는 '좋은 시'나 '좋은 시조"라는 말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사실 올해 이 책에 실린 나의 작품은 내가 애착을 갖고 꽤 오래 고뇌했던 작품이다. 그러나 발표 후에 아무도 이 작품을 거론하지 않았으므로 유야무야 묻히는 줄만 알았다. 어느 눈 밝은 시인들이 이 시를 눈여겨보고 '좋은 시조'로 추천했다는 사실 - 그들이 나의 도반이 아닌가??? 내가 발 담그고 선 이 문단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되었으므로...
팽나무별곡
박 해 성
이 몸은 새 뱃속에서 태어났다, 고로
내 어미는 새다, 따라서 나는 조류다
귀납적 오류는 없다, 나는 법을 잊었을 뿐
더러는 나를 보고 생불인양 절하지만
위리안치 오백년이 다만 징하였느니
광합성 적막의 관절이 무시로 씀벅이는
날짐승의 후예가 목신木神이 되기까지
어쩌면 생시 같고 아니면 꿈결 같아
새처럼 울어라 새여, 사랑도 미움도 접고
하여 늘 가렵던 겨드랑이 혼돈쯤에서
노랑부리 피붙이들 젖 달라고 짹짹 짹
품속을 파고들 때면 내가 그 어미였노라,
하늘에 기별하듯 잘 키운 새떼 날리고
햇살이 가지에 올라 해금을 켜는 날은
이슬에 목욕재계한 청산도 들러리렷다
- 『현대시학』2015,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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