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운주사 와불

heystar 2014. 12. 28. 16:51

     운주사 와불

 

                          민병도

 

 

사람들이 왜 자꾸만 거리에서 드러눕는지

천년의 파업 앞에 공손히 무릎 꿇는,

운주사 와불 앞에서 고개 잠시 끄덕이네

 

아무 말 하지 않고 드러눕는다는 것이

그저 누운 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힘인지 왜 여태 몰랐을까

 

고작 순한 소리 앞에 큰 귀를 활짝 열어

진실로 큰 물음은 대답이 없는 거라며

정釘 소리 뒤따라가며 돌꽃이나 피울 그 뿐

 

비 오면 비에 젖어 하나도 젖지 않고

바람에 살을 흩는 침묵에도 고개 숙이네

세상을 등지고 누운, 눈물겨운 저 능청

 

- 시조집 『칼의 노래』(목언예원)에서

 

1953년 경북 청도 출생.
- 영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雪岑의 버들피리만신창이의 노래』『不二의 노래』『청동의 배를 타고

슬픔의 상류마음저울』『내 안의 빈집』『원효』『들풀』『장국밥』등.

평론집;형식의 해방공간』『닦을수록 눈부신 3장의 미학』등.

수상; 한국시조작품상, 정운시조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등.

현재; 시조21발행인,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이호우문학기념회 개화편집위원회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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