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맨발
장 수 현
광화문역 지하계단에 웅크려 잠든 사내
얼룩무늬 부전나비 같은 맨발을 보았지
그 사내 해몽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있었지
헐벗은 식솔을 그렁그렁 매달고
무수히 짓밟히며 거리를 떠돌았을
저 순한 맨발의 전생은
나비가 아니었을까
퇴화한 날개 접고 절뚝이며 꿈길 가는
장자의 젖은 맨발 가만히 엿보았지
가파른 生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지
-반년간 『정형시학』2014, 하반기호에서
장수현
- 1973년 전남 강진 출생.
- 광주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 졸업.
- 199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
- 2004년 한국문화예술진흥회 문예진흥기금 받음.
- 시조집 『기억의 모서리에 푸른빛이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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