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팽나무별곡

heystar 2014. 5. 30. 17:40

 

       팽나무별곡

 

                        박 해 성

 

 

 

                             이 몸은 새의 배를 빌려 태어났다, 고로

내 어미는 새다, 따라서 나는 조류다

귀납적 오류는 없다, 나는 법을 잊었을 뿐

 

                             더러는 나를 보고 생불인 양 절하지만

위리안치 오백년이 다만 징하였느니

광합성 적막의 관절이 무시로 씀벅이는

날짐승의 후예가 목신木神이 되기까지

어쩌면 생시 같고 아니면 꿈결 같아

새처럼 울어라 새여, 사랑도 미움도 접고

 

                             하여 늘 가렵던 겨드랑이 혼돈쯤에서

노랑부리 피붙이들 젖 달라고 짹짹 짹

품속을 파고들 때면 내가 그 어미였노라,

하늘에 기별하듯 잘 키운 새떼 날리고

햇살이 가지에 올라 해금을 켜는 날은

이슬에 목욕재계한 청산도 들러리렷다

 

- 월간 『현대시학』2014, 6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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