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별곡
박 해 성
이 몸은 새의 배를 빌려 태어났다, 고로
내 어미는 새다, 따라서 나는 조류다
귀납적 오류는 없다, 나는 법을 잊었을 뿐
더러는 나를 보고 생불인 양 절하지만
위리안치 오백년이 다만 징하였느니
광합성 적막의 관절이 무시로 씀벅이는
날짐승의 후예가 목신木神이 되기까지
어쩌면 생시 같고 아니면 꿈결 같아
새처럼 울어라 새여, 사랑도 미움도 접고
하여 늘 가렵던 겨드랑이 혼돈쯤에서
노랑부리 피붙이들 젖 달라고 짹짹 짹
품속을 파고들 때면 내가 그 어미였노라,
하늘에 기별하듯 잘 키운 새떼 날리고
햇살이 가지에 올라 해금을 켜는 날은
이슬에 목욕재계한 청산도 들러리렷다
- 월간 『현대시학』2014, 6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