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사랑
최 광 임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을 울리다 유리창 밖 개의 눈과 마주쳤다
그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빵빵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내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간의 생을 더듬어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출전] 최광임 시집 『도요새 요리』 (북인, 2013)
전북 부안 출생.
시집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도요새 요리』.
현재 <디카시> 주간, <시와경계> 부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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