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새
김 명 인
여기까지 날아와 날개를 접는 큰 새를 바라보는데
꿈밖의 일인 것처럼 두리번거렸으니
세 개의 사막을 건너는 대상 속에 섞인 듯
내 잠은 여행자의 악몽 같은 것
먼 고장에서 오는 듯 어리둥절한 이 봄에는
아직도 맹렬한 냉기가 묻어 있으니
이 불안 어디서 오나, 무심코 바라보는
꽃잎이 계절을 일깨우듯
예감은 한 소절의 노랫말처럼 머릿속을 적신다
산책길에 개를 앞세우고 천천히 뒤따르며
누군가의 충고를 고삐 삼아 생각을 조율하지만
지키려는 허공이 너무 넓어서
떠도는 구름들을 돌아보고 돌아본다
멀리 떠난 것 같지만 머리 위에서 맴도는
이상한 새의 날갯짓 아래
시들시들 피는 듯 마는 듯 봄꽃들이 지고있다
귀도 코도 아주 뭉개진 복면들이 복병처럼 출몰해서
느닷없이 가는 곳을 캐묻곤 한다
- 월간 『유심』2014, 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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