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불안새 - 김명인

heystar 2014. 2. 26. 10:41

 

불안새

 

                  김 명 인

 

 

 

여기까지 날아와 날개를 접는 큰 새를 바라보는데

꿈밖의 일인 것처럼 두리번거렸으니

세 개의 사막을 건너는 대상 속에 섞인 듯

내 잠은 여행자의 악몽 같은 것

먼 고장에서 오는 듯 어리둥절한 이 봄에는

아직도 맹렬한 냉기가 묻어 있으니

이 불안 어디서 오나, 무심코 바라보는

꽃잎이 계절을 일깨우듯

예감은 한 소절의 노랫말처럼 머릿속을 적신다

산책길에 개를 앞세우고 천천히 뒤따르며

누군가의 충고를 고삐 삼아 생각을 조율하지만

지키려는 허공이 너무 넓어서

떠도는 구름들을 돌아보고 돌아본다

멀리 떠난 것 같지만 머리 위에서 맴도는

이상한 새의 날갯짓 아래

시들시들 피는 듯 마는 듯 봄꽃들이 지고있다

귀도 코도 아주 뭉개진 복면들이 복병처럼 출몰해서

느닷없이 가는 곳을 캐묻곤 한다

 

- 월간 『유심』2014, 1월호에서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나희덕  (0) 2014.03.13
작가의 말 - 최형심  (0) 2014.03.13
결로 무렵 - 윤의섭  (0) 2014.02.16
고인돌 - 염창권  (0) 2014.02.16
양파공동체 - 손미  (0) 201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