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가을 삽화 - 민병도

heystar 2014. 1. 29. 16:54

           가을 삽화

 

                           민 병 도

 

 

 

달빛을 흔들고 섰는 한 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리움에 데인 상처 한 잎 한 잎 뜯어내며

눈부신 고요 속으로 길을 찾아 떠나는‥‥

 

제 가슴 회초리 치는 한 강물을 그렸습니다

흰 구름의 말 한 마디를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울음을 삼키며 떠나는 뒷모습이 시립니다.

 

눈감아야 볼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렸습니다

닦아도 닦아내어도 닳지 않는 푸른별처럼

날마다 갈대를 꺾어 내 허물을 덮어주는 이

 

기러기 울음소리 떨다 가는 붓끝 따라

빗나간 예언처럼 가을은 또 절며 와서

미완의 슬픈 수묵화, 여백만을 남깁니다.

 

- 『화중련』2013, 상반기호에서

 

1953년 경북 청도 출생.
- 영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雪岑의 버들피리만신창이의 노래』『不二의 노래』『청동의 배를 타고

슬픔의 상류마음저울』『내 안의 빈집』『원효』『들풀』『장국밥』등.

평론집;형식의 해방공간』『닦을수록 눈부신 3장의 미학』등.

수상; 한국시조작품상, 정운시조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등.

현재; 시조21발행인,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이호우문학기념회 개화편집위원회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