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보폭으로
강 은 미
움츠리면 몸이었고 쭉 펴면 길이었을
연체의 습성으로 한 생을 주무르던
곱사등 연초록 일념이 산 하나를 넘는다
다 두고 나서는 길 하늘에 짐이 될까
절망이 늘 그렇게 희망 쪽으로 다리를 놓듯
내 삶의 가장자리엔 초록빛이 가득해!
인정없는 세상에서 굽힐 만큼 굽히리라
더도 아니 덜도 아니 딱 그만한 보폭으로
는 뜨고 길 잃는 세상, 눈 감고 또 길을 낸다.
- 강은미 시집 『자벌레 보폭으로』
- 1968년 제주 출생.
- 2010년 『현대시학』등단.
- 시집; 『자벌레 보폭으로』
-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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