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는 행복하다 박해성 아내가 돌아왔다, 가출한지 삼년 만에 백일쯤 된 아이를 안고 왔다, 반가워서 울었다 아기 냄새가 말랑해서 울었다 나는 딸이 좋은데 아이는 아들이라, 그래도 상관없다 부러워 마라, 우리는 남자끼리 목욕탕에 갈거다 언놈 자식이냐, 이웃들이 수군거린다 내 아내가 낳았으니 분명 그녀의 아들이다 그녀의 아이는 곧 내 자식이다, 요즘 사람들은 촌수를 제대로 따질 줄 몰라… 안타깝다 그녀와 나는 캠퍼스 커플이다 미대를 수석 졸업한 나는 수석이나 주우러 다녔고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보험외판계 프리마돈나가 되었다 ‘미안해’ 밥상 위에 쪽지를 두고 아내가 떠난 후 나는 이 세상 모든 안해에게 미안해했다 요사이 나는 절집 천정에 천룡 그리는 작업을 한다 제석천 운해 속에 용틀임하는 그분의 비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