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시학 12

이카루스의 질문

이카루스의 질문 박해성 아버지가 당부했어, 높이 날지 말아라 네 날개가 녹아내려도 태양은 죄가 없단다 그러나 활갯짓만이 내 존재의 이유였지 아버지, 대박부동산 낙원으로 모실게요 지금도 그 동네는 개천에서 용이 난대요 아들아, 검은 안경을 쓴 하이에나를 조심해 도솔천도 제석천도 아닌 용이 난 개천에는 무지갯빛 물방울이 주문처럼 흐른다네요 그 물에 발을 담그면 죄가 다 씻겨진대요 이판사판 주식신화 무단횡단 앞지르기에 날개가 찢어졌어요, 아버지 어디 계셔요? 추락은 연습이 없는 법, 보기에 좋으십니까? -출처; 『정형시학』 2021, 가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21.10.17

호작도虎鵲圖

호작도虎鵲圖 박해성 호랑이 한분 모신다, 정갈한 캔버스에 어리석은 중생의 붓끝에서 개안하시는 눈동자 검은 눈동자, 아차차! 사팔뜨기네 갈팡질팡 초점 잃고 한세상 헤매실라 호흡을 멈춘 채로 무릎 꿇고 점안한다 육식의 죄가 멋쩍어 딴청피우는 퉁방울눈 신의 나라 부적인 듯 얼룩무늬 무장하고 정글에서 산화한 월남전 맹호처럼 때로는 날랜 사냥꾼도 사냥감이 된다는데 버텨 앉은 앞발이 돌탑을 받친 연꽃 같다 점잖게 똬리를 튼 긴 꼬리로 중심 잡고 뉘 소식 기다리시나, 까치소리에 귀를 쫑긋 《정형시학》2020 여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