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경전 이덕규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생각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 놓았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 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 그르렁 물어 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제 밥그릇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 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있는, 그 경전 꼼꼼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 그러는 * 조주선사와 어느 학인과의 선문답 출처; 이덕규 시집 『밥그릇 경전』 2009, 실천문학사 시집 『밥그릇 경전』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놈이었습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