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행 일출행 박해성 그저 허공을 응시하는 일이므로 각오는 필요 없다, 기다림은 상투적이다 죄 없는 별들을 삼킨 여명의 무심이 붉다 밤새도록 우려낸 고뇌가 저런 색일까? 렌즈로 보는 세상은 왜곡이 미덕이라 환하게 뼈를 드러낸 갈대꽃을 앞세우고 영원도 하루 같고 하루도 영원 같은 먹.. 박해성의 시조 2017.02.21
아사녀의 기도 아사녀의 기도 - 남북이산가족 박해성 소슬바람 떨고 있는 오동나무 빈 가지에 그대와 걸어둔 달, 저 홀로 밝은 이 밤 선 채로 바위가 되어 울음 첩첩 삼킵니다 꿈에 본 연서인 듯 아스라한 북녘하늘 사연은 다 지워지고 빈 행간만 휑합니다 헛디딘 발자국마다 젖은 별빛 흥건한데 두고 온.. 박해성의 시조 2016.03.09
신석기에서 온 손님 신석기에서 온 손님 - 빗살무늬토기 해종일 가부좌로 먼산바라기 하고 있다 좀이 슨 족보뿐인 어느 가문 종손처럼 그 속내 성한데 없이 바람 숭숭 드나드는 헛배 부른 육신에 촘촘 새긴 적막의 잔뼈 행여 할 말 남았을까 가만 귀를 기울이니 참아도 새어 나오는 울음인 듯, 신음인 듯 떨어.. 박해성의 시조 2015.03.12
시조새를 찾아서 시조새를 찾아서 박 해 성 * 무너진 신용금고 빌딩공사장 늑골쯤서 용암처럼 흘러내린 물컹한 시멘트반죽 불혹 저, 장화 한 짝이 모로 누워 먹먹하다 * 뜬세상 울렁증에 날 수 없는 새 있었네 빗장뼈 으서지도록 활갯짓, 활갯짓하다 접질린 죽지에 눌려 기어이 말문 닫고 눈 먼 돌이 되었.. 박해성의 시조 2014.02.10
모과나무 모과나무 박 해 성 몇 모금 겨울비에 거나하게 취한 사내 갈지之자 바람 불어 쓰린 속내 휘저으면 헛짚은 세상 깊이에 한참을 휘청입니다 마른 손 흔들면서 살붙이 다 떠난 자리 목이 타는 헛헛증에 용한 약도 소용없어 성에꽃 뼈마디마다 회한인 듯 얼부풀고 大雪에도 雨雨 새는 고뿔 든.. 박해성의 시조 2014.02.07
스냅, 스냅, 스냅 스냅, 스냅, 스냅 박 해 성 한 세상 난기류에 자식 굶긴 두보杜甫인가 삭발한 외마디가 펄럭이는 도심공원 앵글을 사로잡는다, 지리멸렬 장미꽃이 빨강 노랑 색깔론에 어정쩡 주황색 꽃 희열인지 분열인지 제 가슴 빠개는 꽃 저들의 생을 터트린 뇌관은 무엇일까? 미친 듯 꽃피는 철, 모처.. 박해성의 시조 201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