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 이장욱 이전과 이후가 달랐다. 내가 태어난 건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이었는데,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쾅! 가드레일을 들이받 은 뒤에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더군. 수평선은 생후 십이년 뒤 내 눈 앞에 나타났다. 태어난 지 만 하루였다가, 십이년 전의 그날이 먼 후일의 그날이다가, 수평선이다가, 저 바다 너머에서 해일이 마을을 덮쳤다. 바로 그 순간 생 일이 찾아오고, 죽어가는 노인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연인 들은 처음으로 입을 맞추고, 케이크를 자르듯이 수평선을 잘랐다. 자동차의 절반이 절벽 밖으로 빠져나온 채 바퀴가 헛돌았다. [출처] 이장욱 시집 『생년월일』2011, 창비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정오의 희망곡』『생년월일』『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고백의 제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