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령에서 왔다 박지웅 가령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령의 외딴 별에 사는 가령이라는 외로운 양치기가 진흙으로 빚은 가령의 여인을 품어 시냇물 같은 딸아이를 얻었으니 이름을 가령이라 지었다 가령, 가령 부르면 둥글고 맑은 가령의 영혼에 잔물결 일고 부드러운 물소리가 났다 입천장을 가볍게 문지른 말이 입술에서 푸른 숲까지 밀려갔다 가끔 누군가의 꿈결을 타고 온 도화桃花가 가령의 물가에 닿거나 태워 날린 수의가 흰나비로 건너왔다 가령이라는 재가 가벼운 내력이 이러했다 이루지 못한 생은 가령의 하늘 아래 태어나 가령의 먼 훗날 을 살아간다 다만 가령의 아름다운 나날은 후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가령과 가령과 가령과 양들은 가령의 생에서 태어났으므로 가령의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쩌면 나는 가령의 전생에서 쫓겨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