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우 시인 2

타오르는 책 - 남진우

타오르는 책 남진우 그 옛날 난 타오르는 책을 읽었네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을 행간을 따라 번져가는 불이 먹어치우는 글자들 내 눈길이 닿을 때마다 말들은 불길 속에서 곤두서고 갈기를 휘날리며 사라지곤 했네. 검게 그을려 지워지는 문장 뒤로 문장이 이어지고 다 읽고 나면 두 손엔 한 움큼의 재만 남을 뿐 놀라움으로 가득 찬 불놀이가 끝나고 나면 나는 불로 이글거리는 머리를 이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곤 했네. 그 옛날 내가 읽은 모든 것은 불이었고 그 불 속에서 난 꿈꾸었네 불과 함께 타오르다 불과 함게 몰락하는 장엄한 일생을 이제 그 불은 어디에도 없지 단단한 표정의 책들이 반질반질한 표지를 자랑하며 내게 차가운 말을 건넨다네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읽어도 내 곁엔 태울 ..

좋은 시 2018.09.10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개의 노트 혹은..... - 남진우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개의 노트 혹은 절망 연습 남 진 우 1 : 그 겨울 내 슬픈 꿈은 18세기 外套를 걸치고 몇닢 銀錢과 함께 외출하였다. 木造의 찻집에서 코피를 마시며 사랑하지 않는 여인의 흰 살결, 파고드는 快感을 황혼까지 생각하였다. 때로 희미한 등불을 마주 앉아 남몰래..

좋은 시 201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