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시대

정동진 - 박해성 떠나자, 벼르던 사내 새도록 몸 추스르다 즈믄바다 가슴에 안겨 하얗게 흐느끼더니 가다가 되돌아선다, 부서진 날개 접고

동강할미꽃 박해성 여기는 치외법권, 현기증이 복음이라 첩첩 벼랑을 딛고 목마름으로 연명해도 저 미친 자유하겠네, 절창으로 타오르겠네

태종사 - 박해성 졸다말다 모른 체해도 푼수없이 꽃은 핀다 느긋한 반가부좌, 무쇠심장 저 사내는 언제쯤 두 눈을 뜨고 사랑한다, 고백할까?

용유도 - 박해성 순간, 스러진 해를 그렁그렁 더듬는다 모르는 길이지만 어차피 내 길도 그 쪽 누군가 부르튼 생을 비틀비틀 끌고갔을

하늘공원 - 박해성 외로움을 들킬라, 장난인 척 연습인 척 당겼다, 풀었다하며 시간을 연주했지 역광에 두 눈이 멀어 꽃 지는 줄도 모르고

국사봉 가는 길 - 박해성 단 한번 헛발질이 한 생의 종말이다 당신의 뜻이라면 질식조차 황홀하오 은혜로 충만한 수풀, 생명의 잔을 채우리

선운사 단풍- 박해성 한 필 생을 잣던 참매미도 떠난 자리 타고 난 도화살인가 얼굴 붉힌 당단풍 신들린 당골네처럼 까무룩, 자지러진다

읍천, 주상절리- 박해성 그렇게 무념무상, 소행성을 클릭하자 하느님 휘파람처럼 별들이 쏟아진다 허공에 부리를 묻은 물새 울음이 흥건하다

통도사 - 박해성 그대가 보내주신 한 타래 햇살 풀어 꿈 깊어 눈 못 뜨는 홍매 가지에 걸었더니 이 아침 튀밥 튀듯이 웃음소리 터집니다

남이섬 - 박해성 목마를 탄 숙녀가 전생인 듯 스쳐가고 별을 헤며 울던 이의 참회록을 읽는 밤 그 누가 버지니아 울프의 심장을 훔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