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함정 박해성 헌책을 뒤적이다 신전에 들어섰다 긴 옷자락을 펄럭이는 신의 뒷모습에 휘요익 휘파람을 분다, 못 들은 척 멀어지는 그 바야흐로 꽃 피는 계절은 다 지났으나 사람들은 맨발로 구천을 돌아다닌다 몰라서 다행인 세상에 너는 밀입국한다 방패연처럼 가슴이 뻥 뚫린 늑대인간이 제단 앞에 엎드려 울고 있다, 두려워 마라! 주문도 쓸모없는지 신발 한 짝이 벗겨진다 멈추지 마라, 신을 버리고 계단을 오르는 너 돌아보니 소금기둥이 된 여자의 귓불에서 입술이 부르튼 초승달, 풍경소리로 흐느낀다 그는 시계 없이도 때 맞춰 별을 파종하는데 도대체 너는 왜 꽃처럼 피가 가려운가, 산발한 통성기도가 골다공증 신전을 맴돈다 출처; 『나래시조』 2021년 겨울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