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독서유감

heystar 2013. 10. 2. 23:28

         독서유감

 

                             박 해 성

 

 

읽다 만 헌책처럼 지루한 나를 펴지요

더러는 접힌 갈피 부서지는 마른 꽃잎

아깝게 놓친 행간에 놀빛이 흥건하고

 

침 발라 넘겨가며 더듬더듬 읽는 속내

이골 난 난독증세 고백한 적은 없지만

자꾸만 시작과 끝이 오락가락 헷갈리는

 

천둥 번개 스쳤는지 얼얼한 구절마다

세기의 금서인가, 글투 사뭇 불온한데

도치된 문장을 베고 열반에 든 하루살이

 

그렇구나! 자전 공전 멀미나는 이 행성에

실수인 듯 점 하나로 단숨에 요약되는 생,

글쎄요, 맞는 말인지‥‥?

독후감은 보류하죠

 

                            - 월간 『문학세계』2013, 10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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