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란의 연(緣) - 류시화

heystar 2013. 7. 3. 19:08

    모란의 緣

                         류 시 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이 모란이 안다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 출전;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문학의숲)

 

- 경희대 국문학과 졸업.

-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등단.

-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등

- 여행기;『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등.

- 번역서;『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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