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서울개미 김주연
‘개미’라는 두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새벽부터 일개미가 세상 속을 가고 있다.
더듬고 지나간 자리 길이 하나 열린다.
가끔씩 앞다리로 더듬이를 가다듬고
분주한 종종걸음 하루해가 다한 시간
개미를 닮은 한 사람 허드렛일 쉴 새 없다.
조선족 가사 도우미 혀끝 돌린 서울말투
하지를 앞에 두고 비정규직 등이 휘는
남겨진 반나절 거리 하얀 파꽃 불을 켠다.
◆김주연=1970년 부산 출생.제주대 영어영문학과 석사.
차상
새벽, 인력시장 박해자
사냥감 눈앞에 둔 맹수들 와글거린다.
줄 담배 피워 물고 쓰디쓴 맛 핥으면서
살려고 굴려보는 눈 그믐 밤 별빛 같은
한 줌 온기마저 파르르 떠는 시간
단내 나는 막노동도 사치스런 투정일 뿐
요철을 넘고 건너는 너와 나의 긴 여정
둥지엔 지어미와 고물대는 새끼 있어
신 새벽 칼바람을 발아래 눕혀가며
어쩌랴, 눈보라쳐도 비바람 불어와도
뚝 뚝 떨어지는 생의 비늘 긁어모아
차돌처럼 뭉쳐놓고 훤한 네 꿈 그려보자
장작불 타는 마당에 가로등이 웃고 있다
차하
초경(初經) 김혜경
분양받은 제라늄 옮겨 심고 바라보다
겁먹은 딸아이를 괜찮다 다독인다
봉긋이 부푼 꽃망울 우주를 열고 있다
[심사평] 개미처럼 고뇌에 찬 삶 포착
날씨가 찐다. 무더위를 식혀줄 폭포 같은 작품을 기대했는데, 이번 달에는 질과 양의 양면에서 다소 내리막이었다.
김주연씨의 ‘서울개미’를 장원으로 들어올렸다. 우선 개미라는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인다. 게다가 개미처럼 휘이청, 등이 휘어진 서울 사람들의 고뇌에 찬 삶을 조곤조곤한 어투로 포착해, 잔잔한 감동을 몰고 오고 있다.
차상으로는 박해자씨의 ‘새벽, 인력시장’을 뽑았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진술적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장원작에 다소 밀렸다. 차하로 뽑힌 작품은 김혜경씨의 ‘초경(初經)’이다. 초경을 맞은 딸아이를, 한 우주를 열며 새로 피어나는 꽃에다 슬며시 겹쳐놓은 솜씨가 눈길을 끈다.
이복열·서재철·이연씨의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망설였다. 내공을 좀 더 치열하게 쌓은 뒤에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도전해줬으면 한다.
심사위원=권갑하·이종문(대표집필 이종문)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서울개미 김주연
‘개미’라는 두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새벽부터 일개미가 세상 속을 가고 있다.
더듬고 지나간 자리 길이 하나 열린다.
가끔씩 앞다리로 더듬이를 가다듬고
분주한 종종걸음 하루해가 다한 시간
개미를 닮은 한 사람 허드렛일 쉴 새 없다.
조선족 가사 도우미 혀끝 돌린 서울말투
하지를 앞에 두고 비정규직 등이 휘는
남겨진 반나절 거리 하얀 파꽃 불을 켠다.

차상
새벽, 인력시장 박해자
사냥감 눈앞에 둔 맹수들 와글거린다.
줄 담배 피워 물고 쓰디쓴 맛 핥으면서
살려고 굴려보는 눈 그믐 밤 별빛 같은
한 줌 온기마저 파르르 떠는 시간
단내 나는 막노동도 사치스런 투정일 뿐
요철을 넘고 건너는 너와 나의 긴 여정
둥지엔 지어미와 고물대는 새끼 있어
신 새벽 칼바람을 발아래 눕혀가며
어쩌랴, 눈보라쳐도 비바람 불어와도
뚝 뚝 떨어지는 생의 비늘 긁어모아
차돌처럼 뭉쳐놓고 훤한 네 꿈 그려보자
장작불 타는 마당에 가로등이 웃고 있다
차하
초경(初經) 김혜경
분양받은 제라늄 옮겨 심고 바라보다
겁먹은 딸아이를 괜찮다 다독인다
봉긋이 부푼 꽃망울 우주를 열고 있다
[심사평] 개미처럼 고뇌에 찬 삶 포착
날씨가 찐다. 무더위를 식혀줄 폭포 같은 작품을 기대했는데, 이번 달에는 질과 양의 양면에서 다소 내리막이었다.
김주연씨의 ‘서울개미’를 장원으로 들어올렸다. 우선 개미라는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인다. 게다가 개미처럼 휘이청, 등이 휘어진 서울 사람들의 고뇌에 찬 삶을 조곤조곤한 어투로 포착해, 잔잔한 감동을 몰고 오고 있다.
차상으로는 박해자씨의 ‘새벽, 인력시장’을 뽑았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진술적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장원작에 다소 밀렸다. 차하로 뽑힌 작품은 김혜경씨의 ‘초경(初經)’이다. 초경을 맞은 딸아이를, 한 우주를 열며 새로 피어나는 꽃에다 슬며시 겹쳐놓은 솜씨가 눈길을 끈다.
이복열·서재철·이연씨의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망설였다. 내공을 좀 더 치열하게 쌓은 뒤에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도전해줬으면 한다.
심사위원=권갑하·이종문(대표집필 이종문)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