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암에서 쓰는 엽서
박 해 성
첫새벽 해 마중 길 삼가 앞섶 여밉니다
예쯤에서 머리 감던 감은사 종소리가
청동빛 울음 삼키며 젖은 손 흔들 것 같은
아버지, 당신 계신 봉길리 앞바다엔
별빛경전 읽었는지 눈 밝은 물고기들
네 갈래 물길을 따라 피안을 넘나듭니다
신라적 사투리로 안부 묻는 갈매기 떼
묘석 닮은 큰 바윗돌 정수리를 맴돕니다
죽어도 늘 깨어있는 종묘사직 뫼시는 듯
세속 시름 훨훨 풀어 파도에 띄웁니다,
천 년 전 달빛 아래 만파식적 불던 바다
한 어둠 벗어 던지고 해를 불끈, 떠멥니다
- 계간 <문장 21> 2011,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