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23회 소월시문학상수상작
크나큰 잠
정 끝 별
한 자리 본 것처럼
깜빡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때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혹은 호밀빵의 향기
출구처럼 다른 계절과 다른 바람과 노래
매일 아침 길에서 길을 들어설 때
매일 저녁 사랑에서 사랑을 떠나보낼 때
하품도 없이 썰물 지듯
깜빡깜빡 빠져나가는 늘 오늘
깜빡 한 소식처럼
한 지금을 깜빡 놓을 때마다
한 입씩 베어먹는 저 큰 잠을 향해
얼마나 자주 둥근 입술을 벌리고만 싶은가
벼락치듯 덮치는 잠이 삶을 살게 하나니
부드러워라 두 입술이 불고 있는 아침 기적
영혼의 발끝까지 들어올리는 달콤한 숨결
내겐 늘 한 밤이 있으니
한 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
- 시집 『와락』(창비, 2008) 중에서
1964년 전라남도 나주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
1988년 《문학사상》시 당선 등단.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등단.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삼천갑자 복사빛』, 『와락』
시론평론집; 『패러디 시학』,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룩의 노래』.
산문집; 『행복』, 『여운』, 『시가 말을 걸어요』 등.
현재; 명지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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