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정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나는 전류의 흐름이 그치고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처럼 고독하다‘ 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버지가 가출 했다
실종신고 석 달 만에
돌아온 것은 달랑 유서 한 장 이었다
검은색 비닐 봉투 속
꼬깃꼬깃 접혀 있는 색 바랜 종이에는
농협 통장의 비밀번호와
‘늘 바람과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 온 늙은 몸
손자에게 티비 채널권 빼앗기고
애완견에게 밥 먹는 순서마저 빼앗겼다‘ 라고 적혀 있었다
- 계간 『시인시각』 2011년 여름호
1957년 경기도 화성에서 출생.
2000년 《세기문학》, 2003년 《시를사랑하는사람들》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공무원』(한국문연, 2010)이 있음.
2004년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수상
[출처]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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