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서 - 정겸

heystar 2011. 9. 22. 20:39

      유서 

 

                정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나는 전류의 흐름이 그치고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처럼 고독하다‘ 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버지가 가출 했다

 

  실종신고 석 달 만에

  돌아온 것은 달랑 유서 한 장 이었다

  검은색 비닐 봉투 속

  꼬깃꼬깃 접혀 있는 색 바랜 종이에는

  농협 통장의 비밀번호와

 

  ‘늘 바람과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 온 늙은 몸

  손자에게 티비 채널권 빼앗기고

  애완견에게 밥 먹는 순서마저 빼앗겼다‘ 라고 적혀 있었다

 

                                                                         - 계간 『시인시각』 2011년 여름호 

1957년 경기도 화성에서 출생.

경희대대학원(사회복지학과) 졸업.

2000년 《세기문학》, 2003년 《시를사랑하는사람들》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공무원』(한국문연, 2010)이 있음.

2004년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수상

 

                                                       [출처]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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