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강가에서
박 정 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으로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밑의 어둠 내 머리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 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 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 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출처] 2005년도 제19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사)에서
1965년 강원도 정선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90년 《문학사상》신인상 등단.
시집으로『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목련통신』 편집장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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