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수상작

제 7회 박인환문학상 수상작 <붉은 연쇄반응> - 김왕노

heystar 2011. 9. 6. 21:41

 

                   붉은 연쇄반응

 

                                                      김 왕 노

 

 

그 해 명우 아버지 쓰러지고 다음 해 아버지가 쓰러지고

우리집 후박나무의 광합성 작용의 푸른 숨소리

마당 가득 차오르는데 아버지 바람에 밟히는 잡풀 같이 맥없이 쓰러지고

아버지 쓰러진 다음 해 팔팔한 동네 철태 형 쓰러지고

몇 백 년 고목도 쓰러지고 누가 도미노놀이 하는지

그 해는 뜻하지 않게

             오토바이 타고 가던 동생뻘 영태도 허공으로 바퀴 치켜들고

영전 속으로 가뿐히 자리 옮기고

봄기운이 잔물결 쳐 와 아래가 근질거리는데

내가 믿던 정의도 정부도 쓰러지고 뒷집 누나도 강둑에 쓰러지고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쪽으로 쓰러지고 붉게 쓰러지고

사월도 오월도 썪은 고목 같이 쓰러지고 내 청춘도 모로 쓰러지고 

누가 시도 때도 없이 도미노 놀이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세워 끄덕이며 앞세우고 가려는지 그 해, 붉게, 붉게

 

                         - 계간 정인문학 2006년 여름호 발표 ☆ 제7회 박인환문학상 수상시    

1957년 포항에서 출생

 1988년 공주교대 졸업. 2002년 아주대학교 대학원 졸업.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등단. 

2003년 한국해양문학대상을 수상.

2006 년 제 7 회 박인환 문학상,

2008년 제 3회 지리산문학상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 (천년의 시작, 2002),

        말달리자 아버지』(천년의시작, 2006),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천년의시작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