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심사평
이미지 밀고 가는 구성의 힘 돋보였다
사과도 풋사과의 계절이다. 땡볕이며 비바람, 농부들의 근심 걱정까지 그대로 받아 삼킨 풋사과. 이번 달에는 그런 설렘으로 심사에 임했고, 풋풋함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100여 편의 응모작 중에서 ‘꽃잎 밀어’를 맨 윗자리에 올리는데 합의했다.
장원 ‘꽃잎 밀어’(이형남)는 알맞은 시어의 선택과 이미지를 밀고 가는 구성의 힘이 돋보였다. 날반죽에서 생생한 지문들을 보는 눈과 물안개에서 아니리를 듣는 귀와 떡꽃의 향기를 맡는 코는 결코 범상치가 않다.
차상 ‘물의 뿌리’(엄미영)는 첫 걸음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가 온통 휘어지다 튕기는 여울목’의 상상력과 그 운동성은 시의 전편에 탄력과 긴장을 안겨준다. 그만큼 사물을 보는 관찰력이 신선하고 그것을 시로 승화시키는 능력 또한 만만치 않다. 다만 물의 흐름만 쫓아가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야 할 기회를 놓쳤다. 차하 ‘동행’(김영순)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아버지의 49재를 다룬 작품이다. 아버지가 열두 개의 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문지기에게 바치는 뇌물에서 흡사 어머니 몰래 건넸던 술값을 떠올리는 작가의 모습이 선명히 그려진다. 하지만 호흡이 짧고 신인다운 패기가 없는 것이 흠이다.
심사위원=오승철·오종문(집필 오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