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구르메 달 가드키 - 박이화

heystar 2011. 7. 26. 11:30

  구르메 달 가드키 

 

                             박 이 화

  


  봄이었던 거라
  국화주, 매화주, 이화주
  꽃이 술을 마셨는지 술이 꽃을 마셨는지
  좌우당간 꽃도 술이 되는 세상에

  억조중생 구제를 위해 면벽수도 하던 지족선사님
  그 십년불와에 주화입마되셨는지
  상기병통에 정신이 혼미해지셨는지
  그만 술 중의 술 방중술에
  십년 염불 도로아미타불 공염불이 되었던 거라
  어즈버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졌던 거라 말발타살발타
 
  허나, 알고 보면 그는 이미
  만중운산 구름처럼
  몸과 마음의 경계가 없었던 거라
  천지불인 무위하는 자연처럼
  별유천지비인간계의 선정에 노닐었던 거라
  그리하여 무주공산 달밤에 빈 배의 노를 젓듯
  유유히 여인의 뱃전에서 노를 저었던 거라
  유유자적 구만리 뱃길을 열었던 거라

  아무렴, 그에게는 해탈도 열반도
  이화에 월백 하는 것이고 보면
  구르메 달 가드키 가는 것이고 보면
 
  더욱이 때는 봄밤임에랴
  소쩍새 만공산 좆죠좆죠 울어쌓는
  달빛 질퍽한 봄밤임에랴

 

 

                             출처; 계간 『애지』 2011년 여름호    

경북 의성에서 출생.

대구가톨릭대학교 국문과와 경운대학교 사회체육학과 대학원 졸업.

199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 『그리운 연어』(애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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